토니 부잔과의 만남 ( 2006-11-16 작성 )
우연한 계기에...
심테크시스템을 시작해서 지나간 15년이 마치 15일처럼 생생합니다. 그 중에서 ThinkWise를 시작한 97년부터 2년간은 힘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였습니다.
ThinkWise가 팔기 어려운 상품이라는 것은 차치하고, 상표나 서비스 표에 관한 끊이지 않는 시시비비로, 99년 초에 이미 마인드맵과 관련된 모든 사람과 일에 온갖 정이 다 떨어진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다시 ThinkWise를 계속할 기운을 회복한 계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인드맵의 창시자 "토니 부잔"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 만남은 우연히 토니부잔의 저서 'Brain smart Leader"를 번역하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은 "지식과 정보시대의 리더가 구성원의 지적 능력을 일상의 모든 업무에서 극대화하기 위하여 마인드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명료한 이론과 풍부한 사례위주로 풀어나간 책입니다. 번역하는 동안 받은 감명과 공감은 한 마디로 "라식 수술로 세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과 같았습니다.
Man of Integrity
책을 번역한 가을 토니부잔이 서울에 오고, 나는 책의 번역자로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뜻밖에 토니부잔은 "MindMapper(ThinkWise의 수출 브랜드 명)를 개발한 사람이지요?.."라고 편하게 맞아주었고, 많은 궁금증을 푸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그 때만 해도 한국에서 누가 마인드맵에 관한 세미나를 하면 "공인 강사 이외에는 마인드맵을 가르칠 수 없다. 법적 책임과...." 식의 내용증명서가 날라오던 한심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토니부잔에게 "정말 당신이 지시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의 답은 "자신이 지시한 일이 절대 아니며, 많은 사람이 마인드맵의 개념을 제대로 배우기 바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잘못 배우면 두뇌에 손상이 올 수도 있다 (...could damage your brain...)"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한참 지난 후 이 말의 진의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인드맵의 확산적인 속성에 빠져 오랜 기간에 걸쳐 생각을 늘어 놓기만 하고 수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루어 내지 못한다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확산과 수렴이 우주만물의 본질이라면 마인드맵은 수렴적 요소가 부족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사실임)
내가 만난 마인드맵 창시자 토니부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완성된 지적 능력의 소유자 (Man of Integrity)" 였으며, 내가 살면서 감명받은 몇 사람 중의 한 분입니다. (그러나 그 때만해도 마인드맵의 개념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어떻게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
만날 때 마다 A4 사이즈 스케치북과 열 자루 정도 사인펜 다발을 움켜지고 회의실에 들어서던 토니부잔, 3일 동안 계속된 토니부잔과의 만남은 많은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 만남을 계기로 99년 겨울 당시 영국 부잔센타의 제2인자였던 반다 노스의 국제공인지도사 과정을 밟게 되었고, ThinkWise 개발에 다시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 인하대 이태우 교수를 반다 노스의 교육과정에 추천하면서 들어보니, 이제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버렸지만 아직도 열정적으로 세미나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디로...
그 이후 2003년 미국 출장 중에 우연히 토니부잔의 마인드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스승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작고한 에버린 우드 여사가 그분입니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에버린 우드센타"를 설립하여 기억법과 속독분야의 교육 사업을 시작한 분으로, 당시 6명의 제자 중에 한 사람이 토니부잔이었으며, Slash Map이라고 하는 독특한 필기/암기법을 창시한 분입니다.
지금까지 슬래시 맵, 마인드 맵, 컨셉 맵, 등 시각적 사고를 위한 많은 방법론이 있었고 앞으로도 나올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방법론이 아니라, 우리의 두뇌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뇌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하는 사람일수록 더 빨리 성공할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의학적 건강이나 사회적 성공이전에 좌우뇌의 균형에 기반한 건강한 사고력이야말로 창조적 생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두뇌와 균형적 활용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 그것이 ThinkWise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